Message to Pluto



Rachel Getting Married (2008) Review & Preview

어릴 적에 엄마와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내가 전부 이를 수 없는 이유는 부모에게 있다며 사춘기적인 발상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그러자 엄마는 "어떡하겠니. 이런 집에 태어난게 네 팔자인걸." 이라고 하셨더랬다. 사랑을 얘기할 때에 종종 너는 내 운명이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촌스러운 얘기 같지만 진정한 운명은 가족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선택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Kym (Ann Hathaway)은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보살펴주는 아버지 (Bill Irwin), 죽은 동생 (Ethan)에 대한 책임감, Kym에게만 모든 가족의 주의가 쏠렸다고 생각하는 언니 Rachel (Rosemarie Dewitt)과 이혼한 어머니 (Debra Winger) 덕분에 결혼식 준비 과정 내내 가족 구성원 모두와 언쟁을 벌이고 다툰다.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은 바로 Rachel 이었는데, 컴플렉스로 가득 차 있는 듯한 그녀는 마치 축복받아야 할 자신의 임신 조차도 언쟁 속에서 Kym을 소외시키고 자신이 주목받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야비한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Variety의 Ronnie Scheib은 이 장면에서 자기 통제가 안되는 Kym을 발견했지만 같은 신에서 나는 이기주의의 결정체인 Rachel을 발견했다. :) Rachel이 웨딩 리셉션의 좌석을 지정하면서 절친 Emma (Anisa George)를 같은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동생 Kym을 가족 테이블이 아닌 다른 테이블로 옮기는 장면에서는 영화를 그만 보고 싶을 정도였다. Emma는 특히 시종일관 Kym을 힐난하기만 하고 Rachel은 그런 Kym을 감싸주지 않는다. 

또 Kym의 어머니 역시 Kym에게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한 이후 단 한 번도 그녀 쪽에서 Kym을 찾아 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Kym은 Ethan을 죽인 자 (고의가 아닌 사고임에도 불구하고.)에 불과할 뿐이며 친 자녀이지만 지쳤다는 핑계로 Kym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단적인 예로 영화의 끝부분, Rachel의 결혼식에서 밤늦게 자리를 뜨는 그녀는 주로 Rachel을 바라보며 얘기할 뿐, 자신으로 인해 눈에 시퍼런 멍이 든 Kym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않고 떠난다. 계속해서 엄마를 찾아 다니며 대화를 원한 사람은 Kym이었다.

한국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써는 Rachel과 어머니의 행동이 참으로 이해 불가였으며 자녀에 대한 애정다운 애정을 보이는 인물은 (그 정도가 어떠하건 간에) Kym의 아버지 뿐이었다. 비뚤어진 성격의 여자들 틈에서 Kym이 감정적으로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Kym의 어깨에 새겨진 문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죽은 동생 Ethan의 이름이다. 물론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원하는 것은 언니와 동생의 화해에 더 가깝겠지만.)

가족은 언제나 쉽지 않다. 같은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이 깊은 형제애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기에 더 어려운 존중을, Kym은 한참 후에나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Rachel은 결혼했고, Kym은 돌아간다. 이들에게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덧붙여, 영화의 촬영 부분은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Kym을 정면에서 비춰 주거나 Kym의 등 뒤에서 집 안을 다니는 그녀를 쫓는 카메라가 특히 그러했다. 또, 이 영화에서 음악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장면을 빼곡히 채워주는 음악 덕분에 영화는 매력을 더한다. 게다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영화 감상이 정말 즐거웠다. Ann Hathaway는 'Princess Diary' 에서부터 주목했었는데 언제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인종적인 부분인데, 종종 이 작품의 리뷰에서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소재로 했지만 그것을 코믹하게 부각시키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는 평을 보곤 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Guess Who'.. 재미없었어..) 유럽에서는 흑백 커플을 많이 보았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선 아직 그들 사이에 틈이 존재하는가보다. 어쩌면 내가 주로 TV나 영화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엿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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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덕담과 불편한 포옹을 하는 그곳 2009/03/17 16:02 #

    영화 는 와 을 만든 감독,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의 2008년 작품이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보수성이 드러나는 이나 혹은 정도를 떠올렸던 나에게, 영화 초반부는 꽤 불편했다. 흔들리는 카메라, 음산한 첼로독주, 여기저기 흩어져 연주를 하거나 서성이는 등장인물들. 결혼식이라는 주제 자체가.....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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